팽창하는 이커머스…동대문시장에게 위기이자 기회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최근 “장사가 안 되도 너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장사꾼으로서 입에 벤 소리인지 모른다. 하지만 잘 나가는 상가는 물론 거리 곳곳에 빈 점포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엄살이 아닌 위기의식에서 나오는 탄식 소리로 들린다.

유통 채널 온라인 쏠림 현상 심화
동대문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전문가들은 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감소한데다 내수 경기 침체로 소매상인들의 발길이 줄어든 요인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패션 시장의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온라인, 즉 이커머스(e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동대문시장의 주요 고객인 소매상인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커머스는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의 약자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이커머스의 성장은 각종 통계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패션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 의류패션 거래액은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16% 성장한 반면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 채널은 마이너스 또는 1~2% 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8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도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대비 6.8% 증가한 가운데 온라인(15.9%)이 오프라인(1.9%)에 비해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업태별로 보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전년대비 편의점(8.5%), 기업형 슈퍼마켓(SSM)(2.0%), 백화점(1.3%) 매출은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2.3%) 매출은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업체는 간편결제 등 신기술 활용을 통한 쇼핑 편의성 제고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판매(19.2%)와 온라인판매중개(14.7%) 모두 전년대비 크게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온라인 패션시장의 성장과 새로운 경쟁자들’ 자료에서는 판매액 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전문소매점 판매액 지수가 2017년 기준으로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무점포소매 판매액 지수는 200 수준까지 올라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과 매출 차이가 4배 가까이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전문 소매점과 무점포 소매점이 모두 동대문시장의 고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대문 기반 플랫폼 업체 등장 잇따라
이처럼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신상마켓과 링크샵스, 크로키닷컴이다.
신상마켓은 동대문 패션도매시장의 신상품을 전국의 소매업자는 물론 해외 바이어들에게까지 연결해 주는 커머스 플랫폼 서비스다. 2013년 7월 런칭 후 현재까지 동대문 도매업체 1만5천여 곳이 입점되어 있다. 매일 3만개의 신상이 등록되고 한 달에 약 300억원에 달하는 주문이 신상마켓 서비스 내에서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매업체에게는 기본적으로 신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채널로서 각광받고 있다.
링크샵스는 동대문시장 일대에 있는 의류 도매업체의 제품을 전 세계 의류 소매상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중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 후 2015년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8천여개의 동대문 의류 도매업체가 가입되어 있다. 지난해 링크샵스를 통해 동대문 의류 제품을 구매한 금액은 1천억원이 넘는다.
크로키닷컴은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여성 쇼핑몰 3500여개가 입점해 있는 앱 지그재그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출시된 이 앱은 ‘내 취향에 맞는 옷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추천한다’는 컨셉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1020 여심을 사로잡으면서 거침없는 성장세를 타고 있다. 매달 수집되는 검색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상품과 쇼핑몰을 제안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앱 누적다운로드 수는 1400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30만명 이상이다. 지난해 주문거래액은 5천억원을 돌파했고, 누적거래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들 플랫폼은 시간적, 공간적, 결제에 대한 편의성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최소 구매 수량과 상품미송, 오배송 및 불량으로 인한 교환과 반품에 대한 번거로움이 있다. ‘믿을수 있는 제품’, ‘차원이 다른 제품’을 원하는 많은 소매상인과 소비자에게 전문가가 제품을 추천해주는 커머스 3.0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플랫폼 업체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물건을 만들어 본 사람들이 아니라는 데 한계가 있다. 동대문시장의 이커머스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인들 중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요 상가 이커머스 사업 육성 나서
상가 차원의 이커머스 활성화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apM그룹은 최근 에이피엠이커머스 영업본부에 이현학 이사를 영입, 이커머스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 이사는 LG패션에서 12년, 한국패션협회에서 8년간 근무했으며, 공간 리테일 스타트업 스위트스팟 이사와 유아동 온라인 편집샵 키우다 대표를 지낸 제도권 패션업계 전문가다. apM그룹은 이 이사 영입을 계기로 앞으로 자체 온라인 쇼핑몰(www.apm-wholesale.com)을 리뉴얼, 본격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퀸즈스퀘어는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타오바오와 손잡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퀸즈스퀘어는 지난해 12월 알리바바그룹 산하 타오바오글로벌(Taobao-Global)과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자사 쇼핑몰 제품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타오바오글로벌은 타오바오에서 2007년 도입한 해외 직구 서비스로 회원 수 5억 명, 70개 국에서 활동 중인 셀러만 2만 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5월 글로벌견성기획을 발표, 해외 중소기업 브랜드가 빠르게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대문시장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단은 홈페이지(www.dfwm.kr)를 신상품을 등록하고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쇼핑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동대문시장 내 상인들이면 누구나 신상품을 등록하고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매장을 알릴 수 있는 SNS형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는 동대문 최신 트렌드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동대문 패션도매시장을 찾는 바이어는 인증 절차를 거친 후 원하는 제품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상인들에게는 매장 사진 및 소개 자료 등록, 패션 상품 등록(PC, 앱), 구매 및 쇼핑몰 링크, 고객과의 다양한 소통 채널 확보 등을 통해 최적의 홍보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동대문시장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에는 평화시장, 통일상가, 신평화패션타운, 동평화패션타운, 패션남평화, 광희패션몰, 테크노, 벨포스트 등 8개 전통시장이 참여하고 있다.
 

 
상인 의식 변하고 컨트롤타워 있어야
동대문시장에게 이커머스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고객을 빼앗아가면서 매출 감소를 가져온 주요 원인이지만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특히 동대문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플랫폼이 잇따라 생겨나고, 상가 차원의 대책도 마련되고 있지만 동대문시장의 이커머스가 지금보다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상인들 스스로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맞추어졌던 동대문 패션도매시장의 시스템도 거기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상인들이 변하지 않고서는 힘들기 때문이다.
상가 상인연합회나 관리단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들은 상인들의 의견을 한데 모아 방향을 제시하고 추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커머스 시장을 이해하고 상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apM그룹 에이피엠이커머스 영업본부 이현학 이사는 “오랫동안 오프라인 기반으로 장사를 해 온 점주들의 경우 젊은 판매사원들의 디지털 마인드를 따라가지 못해 섣불리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과거 옷에 미쳐서 신상품을 쏟아내고 새로운 유행을 창조한 곳이 동대문이었고 동대문 상인들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빨리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여서 이커머스 사업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도권 패션유통 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유통 구조인 옴니채널(omni-channel)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야 온라인 판매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커머스는 동대문시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좋은 도구이다.